일상다반사

라면 끓여오라는 기숙사 선배에게 복수한 사연

제가 있는 회사 건물 28층에는 본사에 있는 각 계열사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사내식당이 있습니다... 복층구조의 사내식당 28층에는 A코너와 B코너로 메뉴를 정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반층정도 올라가면 분식코너에서는 주로 라면을 제공하는데... 면 종류를 좋아하시는 부장님으로 인해 덩달아 라면을 먹던 차장님이... 라면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980년대초... 초중고시절을 경기도권에 살던 차장님은 대학을 지방으로 가시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기 시작합니다... 2인실, 3인실, 6인실로 나뉘어져 있던 그 당시의 대학 기숙사 방들중... 제비뽑기를 잘한 차장님은 2인실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예나지금이나 대학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선배와 신입생을 섞어서 방을 배치해 3학년이던 선배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초면의 어색함이 풀리자마자... 3학년 선배가 옷장에 둔 라면박스에서 라면 한봉지와 냄비를 주면서... 라면을 끓여오라고 시켰습니다... 두명인데... 두봉지도 아니고... 한봉지... 그것도 라면을 박스채 두면서... 뭔가 이상했던 차장님은... "한갠데요?"라고 물었고... 그 선배는... "그럼 너도 같이 먹으려고 그랬냐?"라고 답했답니다...

힘없는 신입생... 뭐 어쩔수 있나 하는 생각으로 취사실로 가서... 물을 끓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복수를 하기로 하고... 끓는 물에 라면을 네 조각으로 나눈 뒤 넣고... 익기전에... 휘휘저어서 풀어서 가져다 줬답니다...

당연히 라면 상태가 이상한 걸 보고... 선배는... "너 라면 끓일 줄 모르냐?"라고 물었고... 차장님은 "제가 외아들이라 부엌만 가면 할머니가 쫓아내셔서요..."라고 응수를 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같은 시간... 그 3학년 선배가 또 라면 하나를 주면서... 끓여오라고 시켰습니다...

여전히 당해봐라 라는... 생각으로 이번엔... 물과 함께 라면을 같이 넣어서... 퉁퉁 불은 라면 죽을 만들어 줬는데... 라면을 한참 쳐다보던 그 선배는 묵묵히 라면을 국물까지 다 먹었답니다...




그렇게 두번이나 골탕을 먹은 선배... 그래놓고도 또...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라면 심부름을 시키더랍니다... "첫날은 덜 익었고... 둘째날은... 불었으니... 오늘은 잘 끓여오겠지..."란 말과 함께... 그래... 내가 이기나... 니가 이기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라면을 두 조각으로 나눈 뒤... 하나는 물과 함께... 넣고... 끓이다가... 하나는 물이 끓자... 넣어서 풀어다가... 가져다 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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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릇안에... 안익은 라면 절반과 불은 라면 절반을 보고... 기가 막힌 선배... 그날 이후로... 학기가 끝날때까지... 차장님께... 말 한마디 걸지 않고... 스스로 라면을 끓여다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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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들리는 후문으로... 그 선배... 친구들이... "넌 왜 쟤 안시키고 니가 라면을 끓여먹냐?"라고 하자... "요즘같은 민주시대에 그러면 안되지~"라고 답하고 다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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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리 차장님... 재치는... 어렸을때부터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ㅋㅋㅋ 혹시... 이 글을 이제는 지긋한 50대가 되었을 그 때 그 선배님도 볼까요???

Writed by 유튜브 못된새 White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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