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를 쓸 때, 부모님의 직업란에 ‘국가유공자’라는 글자를 적어 내려가던 친구가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 줄에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 자녀들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막상 성인이 되어 주변에서 보훈 가족을 만나보니,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다 알지 못해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가보훈대상자 자녀에게 어떤 지원이 있는지,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국가보훈대상자 자녀 지원의 기본 개념

국가보훈대상자의 자녀 지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에 대한 예우를 다음 세대까지 연결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보훈대상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고,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등 법률에 따른 구분과 등록 여부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달라집니다.

또한 대부분의 지원은 자녀 본인의 소득, 학업 성적, 나이, 취업 여부 등에 따라 세부 조건이 붙기 때문에, 같은 자녀라도 상황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교육 지원: 학비 부담을 줄이는 핵심 제도

보훈 가족 중에서 가장 체감도가 큰 부분은 교육 지원입니다. 대학 입시나 등록금 납부 시기에 알게 되어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학비 감면 및 면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정된 보훈대상자의 자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입학금과 수업료를 감면 또는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본인이 보훈대상자로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학교 종류(국공립, 사립)에 따라 감면 비율이나 대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재일학도의용군,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국군포로, 군의 창설에 기여한 인사 등 특정 보훈대상자의 가족에게도 별도의 교육 지원이 제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대상과 범위가 세부 기준에 따라 자주 조정되므로, 반드시 보훈청을 통해 개별 확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훈 장학금

성적이 우수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녀의 경우 보훈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장학금은 국가보훈부(구 국가보훈처) 및 각 지방보훈청에서 운영하는 장학사업이 대표적이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재단에서도 보훈 가족을 우대하는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보통 장학금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함께 보게 됩니다.

  • 보훈대상자의 등록 여부 및 유공 정도
  • 자녀의 학업 성적
  • 가구 소득 수준 및 생활형편

입시 우대와 기숙사 지원

일부 대학에서는 국가보훈대상자 자녀를 위한 특별전형을 운영하거나, 일반 전형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학교마다 방식이 달라 어떤 곳은 별도 전형으로, 어떤 곳은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뽑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시·정시 모집요강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보훈대상자 자녀에게 기숙사 우선 배정 혜택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해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등록금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 실제로 이 혜택 덕분에 생활비 부담을 많이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취업 지원: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 영역의 우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처음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때, 공공기관 채용 공고에 보훈대상자 가점 항목이 있는 것을 보고 그 의미를 새삼 느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취업지원대상자 지정 및 가점

관련 법령에 따라 취업지원대상자로 지정된 보훈대상자 자녀는 공공기관 및 일부 공기업, 지방공기업, 공무원 채용 등에서 가점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가점 비율은 보훈대상자의 유형, 보상 등급, 자녀의 연령 등에 따라 달라지며, 일정 연령이 지나면 혜택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 시기가 중요합니다.

일부 민간기업에서도 보훈가족을 우대하거나, 서류전형 및 면접 단계에서 가점 또는 동점자 우선 선발 기준을 두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회사 정책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 상담, 직업훈련, 알선

국가보훈부와 각 보훈지청에서는 보훈 가족을 위한 전문 취업상담, 직업훈련 연계, 일자리 정보 제공 등을 상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고용센터에 비해 보훈 가족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상담사가 많아, 구체적인 제도 설명과 함께 실질적인 경로를 제시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 지원

자녀가 취업 대신 창업을 고민하는 경우, 보훈 관련 창업 교육과 컨설팅, 보증·융자 지원, 멘토링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반 창업 지원제도와 중복되거나 연계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보훈지청과 지자체 창업센터 양쪽을 동시에 확인해 보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의료 지원: 본인뿐 아니라 유족까지 이어지는 보호

의료 지원은 대부분 보훈대상자 본인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일정 범위 안에서 자녀에게도 도움을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진료비 감면

국가유공자 본인을 중심으로 위탁병원 및 보훈병원에서 진료비 감면이 이루어지며, 법에서 정한 일부 유족과 자녀에게도 감면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면 비율과 대상 질환, 이용 가능한 병원은 보훈대상자의 유형과 유족 등록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망 이후의 의료 지원

보훈대상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배우자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유족에게 의료 지원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세부 요건이 자주 바뀌고, 세대 분리 여부나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유족 등록 단계에서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생활 안정 지원: 주거와 복지시설 이용

장기적인 삶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부분이 주거와 생활 안정입니다. 이 영역에서도 일정 조건에 따라 자녀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 관련 지원

무주택인 국가보훈대상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이나 분양주택 공급 시 우선권 또는 특별공급 자격이 부여될 수 있습니다. 이 혜택을 통해 마련한 주택에서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 실질적으로는 가족 전체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게 됩니다.

또한 주택 구입 또는 전세·월세 보증금을 위한 저금리 융자 지원이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자 지원, 상환기간, 한도액은 보훈대상자의 유형, 소득, 주택 규모 등에 따라 상이하므로, 실제 신청 전 상담을 통해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보훈 복지시설 이용

보훈병원, 요양원, 양로시설 등 국가보훈부 산하 복지시설을 이용할 때 비용 감면이나 우선 이용 혜택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고령의 보훈대상자 부모를 자녀가 돌보고 있는 경우, 이러한 시설 이용이 자녀의 돌봄 부담을 줄여 주는 효과도 큽니다.

이 밖에 각 지방보훈청이나 지자체에서는 보훈 가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명절 위문, 심리 상담, 청소년 캠프, 취업 준비 프로그램 등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사업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타 지원: 교통·문화 이용 혜택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체감할 수 있는 혜택도 있습니다.

이동 편의 지원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훈 대상자 명의 차량의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도로 통행료 할인, 대중교통 요금 감면 등의 제도를 운영합니다. 자녀가 차량을 함께 이용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이동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시설 이용 지원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에서 보훈대상자와 유족에게 입장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곳이 있습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면 자녀도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원 내용을 확인할 때 반드시 기억할 점

보훈 가족 관련 제도는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같은 항목이라도 지역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막연히 “예전에 안 된다고 들었다”는 말만 믿고 포기하기보다, 상황이 바뀌었는지 한 번씩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보훈대상자의 정확한 유형과 등급, 등록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 자녀의 나이, 학업 단계, 소득 수준, 취업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제도를 나눠서 살펴봅니다.
  • 가능하다면 가까운 보훈청이나 보훈지청에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주변에서 “우리는 별 혜택이 없다”고 말하던 분이, 나중에 상담을 통해 장학금과 취업지원제도를 알게 되어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됩니다. 알지 못해서 포기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각 가정의 상황에 맞는 지원을 차근차근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