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에서 약 안내 책자를 천천히 넘겨본 적이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주사 약들이 많은데, 이름도 낯설고 설명은 어려워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특히 오젬픽과 마운자로라는 이름이 자주 보였는데, 둘 다 당뇨병과 체중 조절에 좋다고만 적혀 있어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조금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두 약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차근차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약들은 모두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서 마음대로 맞거나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아래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일 뿐이며, 실제 치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오젬픽과 마운자로, 공통점부터 이해하기

오젬픽(Ozempic)과 마운자로(Mounjaro)는 둘 다 주사로 맞는 약이며, 주로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의 혈당을 조절하고,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이 두 약은 기본적으로 “호르몬을 흉내 내는 약”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조금 더 쉽습니다. 우리 몸에는 GLP-1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 호르몬은 밥을 먹으면 췌장에 신호를 보내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고, 혈당을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동시에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천천히 만들어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합니다.

두 약의 공통된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슐린 분비를 도와 혈당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합니다.
  • 글루카곤이라는,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의 분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 주로 주 1회 피하 주사로 맞습니다.

이런 작용 덕분에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효과의 정도와 속도는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두 약의 가장 큰 차이: 작용하는 호르몬의 종류

두 약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어떤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젬픽: GLP-1 수용체에만 작용하는 약

오젬픽의 유효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입니다. 이 성분은 GLP-1이라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약으로, GLP-1 수용체에만 붙어서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오젬픽은 “GLP-1 수용체 작용제”라고 부릅니다.

오젬픽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 심혈관 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이 부분이 중요한 환자에게 자주 고려됩니다.
  • 체중 감소 효과도 있지만, 주된 목적은 당뇨병 치료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마운자로: GLP-1 + GIP, 두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약

마운자로의 유효 성분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입니다. 이 약은 GLP-1 수용체뿐 아니라 GIP라는 또 다른 호르몬의 수용체에도 함께 작용합니다. 그래서 “듀얼 작용제(dual agonist)”라고 부릅니다.

GIP 또한 음식 섭취 후 인슐린 분비를 도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GLP-1과 GIP, 두 가지 호르몬의 길을 동시에 자극해 주기 때문에, 일부 연구에서는 마운자로가 오젬픽보다 더 강한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 오젬픽: GLP-1 하나의 수용체에 작용
  • 마운자로: GLP-1 + GIP 두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

이 차이가 효과와 부작용의 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이 더 많이 사용될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두 약은 조금 다른 목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각 나라와 시기에 따라 허가 내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대표적인 사용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젬픽의 주요 사용 방향

오젬픽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등) 위험 감소 효과가 임상시험에서 입증됨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오젬픽이 더 많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 제2형 당뇨병이 있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거나 위험이 높은 사람
  •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서도, 심혈관 안전성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사람
  • 새로운 약보다는 임상 데이터가 많이 쌓인 약을 선호하는 경우

마운자로의 주요 사용 방향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병 치료 외에도 성인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허가가 확대된 바 있습니다(예: 한국에서는 2023년 11월 기준으로 체중 관리 적응증 승인). 이는 체중 감량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가 인정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 혈당 강하 효과: 여러 임상 연구에서 마운자로가 오젬픽보다 더 강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체중 감량 효과: 특히 체중 감소 면에서, 마운자로가 오젬픽보다 더 큰 폭의 체중 감소를 보여준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마운자로가 고려될 수 있습니다.

  •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서, 혈당 조절과 강력한 체중 감소 둘 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
  • 당뇨병이 없더라도,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인한 건강 문제(고혈압, 지방간 등)가 심각하여 체중 관리가 꼭 필요한 성인

다만, 사용 허가 기준과 보험 적용 기준은 나라마다, 또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최신 정보를 의료진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작용: 공통점과 서로 다른 점

두 약 모두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위장관 부작용이 가장 흔하게 보고됩니다.

공통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

오젬픽과 마운자로 모두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자주 보고됩니다.

  • 메스꺼움
  • 구토
  • 설사 또는 변비
  • 복부 통증, 소화불량
  • 식욕 감소

이러한 부작용은 보통 약을 처음 시작하거나, 용량을 올릴 때 더 잘 나타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대부분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천천히 늘리면서 몸이 약에 적응하도록 합니다.

마운자로에서 더 주의해야 할 점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일부 연구에서는 위장관 관련 부작용이 오젬픽보다 조금 더 자주 혹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의사와 상의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심한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계속되지는 않는지
  • 설사가 오래 이어져 탈수 증상이 생기지 않는지
  • 복부 통증이 평소와 다르게 아주 심해지지 않는지

또한 두 약 모두 췌장염, 담낭 질환, 신기능 이상 등과 관련된 이상 반응이 드물게 보고된 바 있어, 췌장염이나 담낭 질환, 신장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복용 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경우

연구와 허가 정보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 췌장염 병력 또는 강한 의심 소견이 있는 사람
  • 갑상선 수질암이나 특정 유전성 갑상선 종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일부 GLP-1 계열 약에서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주의 권고)
  • 심한 위장관 질환이 있어, 위장 운동이 이미 많이 느려진 사람

이런 부분은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 진단 기록과 가족력을 최대한 자세히 의사에게 알려주고, 약 선택을 맡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격과 보험, 현실적인 부분도 중요합니다

두 약 모두 최신 계열에 속하는 약이라 가격이 낮은 편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마운자로가 오젬픽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다음과 같은 요소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거주 국가와 시기별 약가 정책
  • 건강보험 또는 민간 보험의 적용 여부와 기준
  • 처방 목적이 혈당 조절인지, 체중 관리인지에 따른 보험 인정 범위

예를 들어, 어떤 나라는 제2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만 보험 적용을 해주고, 체중 관리 목적에는 보험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특정 BMI 이상이거나, 고혈압·지방간 등 동반 질환이 있을 때만 일부 지원해 주는 방식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약이 더 싸다”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서 실제 본인 부담금이 얼마인지 의료진과 약국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약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될 때

오젬픽과 마운자로 중 어떤 약을 선택할지는 단순히 “어느 약이 더 세다”라는 기준으로만 결정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혈당 조절 상태: 이미 많이 높은지, 다른 약으로 잘 조절되고 있는지
  • 체중 문제의 정도: 체중 때문에 생긴 합병증이 어느 정도인지
  • 심혈관 질환 위험: 심장병, 뇌졸중 병력 또는 고위험군인지
  • 과거 약 복용 경험: 비슷한 계열 약을 써 본 적이 있는지, 부작용이 심했는지
  • 가족력: 췌장염, 갑상선 종양 등과 관련된 가족력이 있는지
  • 비용 부담: 매달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예를 들어,

  • 당뇨병이 있고,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가 특히 중요한 사람이라면 오젬픽이 우선 고려될 수 있습니다.
  • 혈당 조절과 함께 보다 강한 체중 감소가 꼭 필요한 경우, 마운자로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 체중 감량이 주된 목표이고, 당뇨병은 없지만 비만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큰 경우에는, 마운자로의 체중 관리 적응증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비용 부담이 크다면 오젬픽을 먼저 시도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판단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방향일 뿐이며, 결국 최종 선택은 진료실에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이뤄져야 합니다. 인터넷 정보만으로 “이 약이 더 좋다더라” 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의사와 상담할 때 도움이 되는 질문들

병원에서 오젬픽이나 마운자로 처방을 제안받았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 두면 진료 시간에 더 알차게 상담할 수 있습니다.

  • 제 상태에서 이 약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인가요? (혈당 조절, 체중 감량, 심혈관 위험 감소 등)
  • 예상되는 장점과 단점, 특히 걱정해야 할 부작용은 무엇인가요?
  • 제가 지금 먹고 있는 다른 약들과 함께 써도 괜찮은가요?
  • 부작용이 생기면 어느 정도까지는 지켜봐도 되고, 어떤 경우에는 바로 병원에 와야 하나요?
  • 약값과 보험 적용은 어느 정도인지, 장기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요?
  • 혹시 이 약 말고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 있는지요?

이런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함께 세워 나가면 훨씬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추가로, 신뢰할 만한 의료 정보가 필요하다면 각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예: 미국의 경우 FDA, 국내의 경우 식약처나 대한당뇨병학회 등) 자료를 참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FDA의 약품 정보 페이지에서는 승인된 적응증, 주요 부작용, 경고사항 등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미국 FDA 의약품 정보 페이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현재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정보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세부 내용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일수록, 최신 정보를 알고 있는 의료진과 함께 차분히 상의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