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저가항공으로 일본을 다녀왔을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급하게 항공권을 결제했다가 수하물 비용이 따로라는 사실을 공항에서야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비싼 추가 요금을 내야 했습니다. 출발 시간도 너무 이른 새벽이라 공항 리무진이 없어 택시를 타야 했고, 결국 애초에 생각했던 ‘저렴한 여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같은 항공권이라도 어떻게, 언제, 어떤 방법으로 찾느냐에 따라 실제로 지출하는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요.
그 후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가항공권을 조금 더 똑똑하게 검색하고 예매하는 나름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막연히 “싸게 가야지”라고 생각만 할 때와, 몇 가지 원칙을 알고 있을 때의 차이는 꽤 크다고 느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경험을 정리한 것이며, 꼭 따라야 하는 법칙은 아니지만, 여행 준비를 할 때 참고하면 도움이 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가항공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연성’입니다
저가항공권을 찾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보통 “언제, 어디로, 얼마에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이때 날짜, 시간, 공항, 항공사를 얼마나 유연하게 생각하느냐가 실제 가격을 좌우합니다. 같은 도시로 가더라도 하루 차이, 시간대 차이, 공항 차이만으로도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날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과 공휴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항공권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면, 월요일이나 금요일보다는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여름 방학, 연말,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황금연휴 기간은 항공권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므로, 조금 비켜난 시기를 고르면 같은 노선도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시간대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간대는 오전에 너무 이르지 않고, 밤에도 너무 늦지 않은 편안한 출발·도착 시간입니다. 그렇다 보니 새벽이나 늦은 밤에 출발하는 비행편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고, 그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물론 너무 무리한 시간대는 피해야겠지만, 새벽에 공항까지 이동하는 방법만 잘 챙길 수 있다면 이런 비인기 시간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됩니다.
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도시를 기준으로 공항이 여러 개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도쿄에는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이 있고, 오사카에는 간사이와 이타미 공항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저가항공사들은 주로 외곽 쪽 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도쿄 여행을 준비할 때 나리타와 하네다를 동시에 검색해보면, 나리타를 이용하는 노선이 더 저렴하게 나올 때가 자주 있습니다. 대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비와 시간을 계산해봐야 진짜로 이득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항공사를 한 곳으로만 정해두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정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모으고 있지 않다면, 한 항공사만 고집하기보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같은 국내 저가항공사뿐 아니라, 외국 LCC까지 함께 비교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날짜와 시간대라도 항공사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 도구는 비교용, 예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요즘은 항공권을 찾을 때 한 사이트만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 항공사와 여행사의 요금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검색 도구들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도구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고, 어느 한 곳이 항상 가장 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두세 곳을 함께 써보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곳 중 하나가 스카이스캐너입니다. 여기서는 출발 도시와 대략적인 시기만 넣고, 도착지를 ‘어디든지’로 설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검색하면 특정 국가나 도시를 정해두지 않고, 지금 시점에 어디가 가장 저렴한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달 전체”를 기준으로 달력에 날짜별 최저가가 표시되기 때문에, 3일 앞당기거나 하루 미루는 것만으로도 얼마가 절약되는지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구글 항공편도 자주 활용됩니다. 달력으로 날짜별 가격 변화를 보는 기능이 직관적이라, 여러 날짜를 왔다 갔다 하며 고민할 때 편리합니다. 또 지도를 보면서 특정 기간 동안 어느 도시가 얼마에 찍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여행지를 아직 확실히 정하지 않았을 때 유용합니다.
국내 서비스를 선호한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항공권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항공사와 여행사의 데이터를 한 번에 묶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또 카약이나 모몬도 같은 해외 메타 검색 사이트를 병행해서 쓰면, 특정 구간에서 한쪽에만 노출되는 특가를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메타 검색 사이트들은 기본적으로 “비교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최저가와 대략적인 가격대를 파악한 뒤, 실제 결제는 가능하면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같은 항공편이라도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적용되는 프로모션 코드나 한정 특가가 있을 때가 있고, 예매 후에 일정 변경이나 수하물 추가, 좌석 배정 등 각종 처리를 할 때도 공식 채널에서 예약된 내역이 훨씬 다루기 수월한 편입니다.
물론 온라인 여행사(OTA)도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여행사는 항공권과 숙소, 또는 렌터카를 묶어서 패키지처럼 판매하는데, 이런 상품이 별도 예약보다 저렴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순수하게 항공권만 놓고 보면, 수수료와 조건을 고려했을 때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가 더 나은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를 비교해본 뒤 결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격이 달라지는 작은 요소들, 예매 전략
항공권 가격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수요와 공급, 환율, 유류할증료, 이벤트 등 다양한 요인이 섞이다 보니, “정답” 같은 시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참고할 만한 기준은 있습니다.
먼저 예약 시기입니다. 너무 촉박하게 예매하면 좌석이 거의 남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너무 이른 시점에는 항공사 특가가 아직 풀리지 않아 기대만큼 싸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출발 2~4개월 전쯤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인기 노선의 성수기가 아니라면 이 범위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특가 세일이나 플래시 세일처럼 갑자기 매우 싼 항공권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뉴스레터나 앱 알림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항공사마다 이메일 뉴스레터나 앱 푸시 알림을 통해 특가 소식을 먼저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얼리버드’라는 이름으로 일정 기간 전 미리 예약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할인, 또는 특정 노선에 한정된 일시적인 세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런 판매는 좌석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금방 매진되므로, 소식을 빨리 아는 것 자체가 할인율을 높이는 방법이 됩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특정 요일과 시간대에 검색하면 좀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일 새벽에 가격이 조정되는 경우가 있어, 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 항공권을 검색하면 좋은 가격을 발견할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식의 경험담이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경향일 뿐이고, 항상 맞는 법칙은 아닙니다. 여러 날에 걸쳐 조금씩 검색해보면서 가격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또 하나 기억해둘 점은, 왕복 항공권만 고집하지 말고 편도 항공권을 따로 조합해보는 것입니다. 특히 저가항공끼리는 갈 때 한 항공사, 올 때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편이 더 싸게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는 편은 새벽 출발, 돌아오는 편은 저녁 도착 등으로 서로 다른 항공사 일정을 섞어 짜면, 시간과 예산을 적절히 맞출 수 있습니다.
결제 통화를 바꾸는 방법도 가끔 도움이 됩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결제 시, 기본 설정 통화 외에 항공사 본사가 있는 나라의 통화나 출발지 국가 통화로 바꿔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환율과 카드 수수료를 고려했을 때, 원화로 결제하는 것보다 해외 통화로 결제하는 쪽이 조금 더 저렴해질 때가 있습니다. 다만 해외 결제 수수료가 붙지 않는 카드인지, 실제 결제 금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미리 확인해야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항공권을 여러 번 검색하다 보면, 같은 노선이 자꾸 비싸지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검색 기록이나 쿠키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항공사나 예약 사이트가 개인의 검색 기록을 기반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명확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브라우저의 시크릿 모드나 쿠키 삭제를 통해 깔끔한 상태에서 검색해보는 것은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닙니다. 여러 기기와 브라우저로 병행해서 가격을 비교해보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저가항공권일수록 ‘총 비용’을 꼭 계산해야 합니다
저가항공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 운임이 싸다는 대신, 그 외의 서비스는 대부분 옵션 형태로 따로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처음 보이는 가격만 보면 굉장히 싸 보이지만, 실제 여행에 필요한 요소들을 다 더하면 생각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매 전에 꼭 확인해야 할 항목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하물입니다. 저가항공은 위탁 수하물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 요금에는 작은 기내 가방과 개인 소지품만 허용되고, 캐리어를 맡기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때 기내 반입 가능한 사이즈와 무게가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고, 규정이 꽤 엄격한 편이라 현장에서 초과로 걸리면 높은 벌금 형태의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행 전에 사용할 가방이 해당 항공사의 규정을 충족하는지, 위탁 수하물이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미리 온라인으로 결제해두는 편이 훨씬 저렴합니다.
좌석 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싼 요금제에서는 좌석 지정이 포함되지 않으며, 체크인 시 무작위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가나 복도, 앞쪽 자리처럼 선호하는 좌석이 있다면, 미리 좌석 지정 비용을 확인하고 예산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일행과 꼭 붙어 앉고 싶다면, 특히 성수기에는 체크인 시 자리가 흩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 저가항공은 기내식, 물, 담요, 심지어 기내에서 사용하는 이어폰까지 대부분 유료인 경우가 있습니다. 단거리 노선이라면 가볍게 간식을 챙겨가고, 공항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탑승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기내에 음식물 반입 제한이 있는 항목이 있을 수 있으니, 너무 특이한 음식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항의 위치와 이동 비용도 종종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외곽 공항을 이용하는 노선이 더 싸게 보일 수 있지만, 시내까지 이동하는 교통비와 시간을 합쳐서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시내까지 특급열차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요금이 꽤 비싼 경우, 결국 시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편과 총 비용이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여행 일정이 짧다면 이동 시간 자체도 큰 자원이기 때문에, 가격과 시간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변경과 환불 규정은 특히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가항공의 가장 저렴한 운임은 보통 변경과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수수료가 매우 비쌀 수 있습니다. 일정이 유동적이라면, 처음부터 약간 더 비싼 운임을 선택해 변경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일 수 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어떤 조건에서 취소가 가능한지, 취소 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출국 전에 챙겨야 할 기초적인 조건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권 유효기간은 일반적으로 입국 시점 기준으로 최소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국가마다 조금씩 규정이 다르지만, 여권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에 갱신부터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 방문하려는 나라가 비자가 필요한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지, 전자 입국 허가(예를 들어 일부 국가의 전자여행허가 제도)가 필요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항공권이 있어도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매 마지막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모든 조건을 비교하고 나면, 결국 마지막에는 예매 화면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성급하게 ‘다음’ 버튼만 누르다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특히 이름, 생년월일, 여권 번호처럼 여권 정보와 연결되는 항목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여권과 철자 하나, 생년월일 숫자 하나라도 다르면 탑승이 거절될 수 있고, 수정 시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제 수단도 미리 생각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인지, 해외 결제 수수료가 얼마나 붙는지, 혹은 항공사 제휴 카드로 할인이나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금액이 적지 않은 결제이기 때문에, 이런 조건이 쌓이면 다음 여행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예매 과정 중간에 자동으로 체크되어 있는 유료 옵션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부 사이트는 여행자 보험, 좌석 업그레이드, 추가 수하물 등의 항목을 기본으로 선택해 두기도 합니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괜찮지만, 무심코 넘어가면 쓸 계획이 없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으니, 확인 후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여행은 결국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됩니다. 항공권을 싸게 샀다는 만족감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저가항공권을 찾을 때는 눈에 보이는 숫자만 쫓기보다, 전체 흐름과 세부 조건을 함께 보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경험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화면에 뜬 가격만 봐도 대략적인 구조와 숨은 비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