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냉장고에 사둔 항정살 한 덩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무수분 수육을 떠올린 적이 있습니다. 물 없이 채소의 수분만으로 익혀내는 방식인데, 처음 시도했을 때 그 부드러움과 깊은 풍미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끓는 물에 푹 삶아내는 일반 수육과 달리, 무수분 수육은 고기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한 번 맛보면 다시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특히 마블링이 뛰어난 항정살은 무수분 조리법과 정말 잘 어울리는 부위입니다.

항정살 특징
항정살은 돼지 목살과 어깨 사이에 위치한 부위로, 한 마리당 200g 남짓밖에 나오지 않는 희소 부위입니다. 결이 가늘고 지방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 익혔을 때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보통 구이로 많이 즐기지만, 수육으로 만들면 그 매력이 또 다른 방향으로 살아납니다. 지방이 적당히 녹아내리면서도 살코기 부분은 탱글한 탄력을 유지해 한 점만 먹어도 만족스럽습니다.
준비 재료
4인 기준으로 다음 재료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양배추는 단맛과 수분을 함께 내주는 핵심 재료이니 너무 적게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재료 | 분량 |
|---|---|
| 항정살 | 600~700g |
| 양배추 | 1/2통 (약 500g) |
| 양파 | 1개 |
| 대파 | 2대 |
| 마늘 | 10~12쪽 |
| 생강 | 1톨 |
| 월계수잎 | 2~3장 |
| 통후추 | 1작은술 |
| 된장 | 1큰술 |
| 커피 또는 인스턴트커피 | 1작은술 |
조리 과정
먼저 항정살은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충분히 빼주는 것이 잡내 잡기의 시작입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아무리 향신 재료를 넣어도 특유의 누린내가 남기 쉽습니다. 핏물을 뺀 후에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제거해 주세요.
두꺼운 냄비나 무쇠솥 바닥에 양배추를 큼직하게 썰어 깔아줍니다. 양배추가 냄비 바닥과 고기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수분을 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위에 양파를 두껍게 썰어 올리고, 대파의 흰 부분과 마늘, 생강 편을 흩뿌려 줍니다.
준비한 항정살을 채소 위에 올린 다음 된장을 고기 표면에 살살 발라줍니다. 그 위로 월계수잎과 통후추를 뿌리고, 마지막에 커피 가루를 살짝 뿌리면 잡내 제거와 색감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뚜껑을 단단히 닫고 가장 약한 불에서 시작합니다.
불 조절 요령
무수분 조리의 성패는 불 조절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 5분은 중약불, 이후에는 가장 약한 불로 줄여 50~60분간 익혀 줍니다. 중간에 뚜껑을 열면 수분이 날아가 타버릴 수 있으니 절대 열지 마세요. 냄비 안에서 채소가 수분을 내고, 그 수증기가 고기를 부드럽게 익혀주는 원리입니다.
- 뚜껑은 무거운 것을 사용해 김이 빠지지 않게 합니다.
- 중간에 타는 냄새가 나면 약불보다 더 약하게 조절합니다.
- 50분 후 젓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가면 완성입니다.
맛있게 즐기기
완성된 항정살은 5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결 반대 방향으로 1cm 두께로 썰어 주세요. 바로 썰면 육즙이 한꺼번에 빠져나오기 때문에 잠시 쉬게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새우젓이나 막장과 함께 묵은지에 싸 먹으면 그 자체로 한 끼가 완성됩니다. 남은 채소들은 푹 익어서 단맛이 진하게 우러나기 때문에 버리지 말고 함께 곁들여 드시면 좋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정말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아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웠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냄비 바닥에 채소에서 우러난 진한 육수가 자작하게 고여 있어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 육수에 라면 사리를 살짝 끓여 먹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평소 수육이 퍽퍽하다고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무수분 방식으로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