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새로운 과학 기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투자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어떤 날은 모두가 흥분해서 주식을 사고, 며칠 뒤에는 급하게 팔면서 시장이 요동칩니다. 초전도체 관련주 역시 그런 경험을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LK-99라는 이름이 등장한 이후로, 과학 논문과 주가 차트를 동시에 찾아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 기대와 불안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 발짝 떨어져서 이 테마를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전도체는 전기가 흐를 때 저항이 거의 0에 가까워져서 전력 손실이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 또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동작합니다. 그래서 상온, 즉 우리가 사는 일상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오랫동안 과학계의 큰 꿈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물질이 실제로 존재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전력, 의료, 교통, 컴퓨팅까지 거의 모든 산업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가능성 때문에 초전도체라는 단어만 나와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초전도체 테마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이유

2023년 7월, 국내 연구진이 LK-99라는 물질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공개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증시에서는 초전도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이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논문을 직접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실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나왔다”는 한 줄짜리 요약만으로도 기대감이 크게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세계 곳곳의 연구팀들이 LK-99를 직접 합성하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대부분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외 여러 검증 시도에서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계속 나왔고, 현재 과학계에서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주장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뉴스 하나에 상한가, 다른 실험 결과에 하한가를 오가는 등 극단적인 움직임을 반복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식시장에서 움직인 속도와 방향이 과학적 검증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은 시간이 걸리는 검증 과정을 거쳐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리지만, 시장은 그전에 이미 기대와 실망을 반영해 버립니다. 이 간극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기대를 걸고 무리한 투자를 한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초전도체 테마주의 공통적인 특징

초전도체 관련주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특정 연구 결과, 정부 발표, 해외 학자의 한마디,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소문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입니다. 평소라면 몇 퍼센트 움직일 소식이 상한가, 하한가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둘째, 기업의 실제 실적이나 재무 상태보다 “초전도체와 연결되어 보이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처럼 작용합니다. 어떤 회사가 초전도체를 직접 연구하거나 관련 장비를 만든다기보다, 연구소와 지분 관계가 있다거나, 과거에 비슷한 분야를 언급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에 묶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셋째, 정보의 불균형이 큽니다. 초전도체 연구는 물리학, 재료공학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논문을 읽고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투자자는 언론 기사와 요약 글에 의존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단순화되거나 과장되기 쉽고, 잘못된 해석이 그대로 투자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기업들과 실제 연관성

시장에서 초전도체 관련주로 자주 언급된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LK-99 연구진과 지분 관계나 인적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회사들이고, 다른 하나는 초전도체, 핵융합, 고온 초전도 선재처럼 관련 분야 사업을 일부 진행한 경험이 있는 회사들입니다.

LK-99와 직접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진 기업들

신성델타테크는 한때 초전도체 테마의 대표 대장주로 불렸습니다. 이유는 LK-99를 발표한 연구진과 관련이 있는 벤처캐피탈과 지분 관계가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또, 최대 주주의 가족이 연구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부각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본업은 가전 부품, 물류 등으로, 초전도체 자체를 연구하거나 생산하는 기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K-99에 대한 기대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신성델타테크의 주가는 가장 민감하게 움직였습니다.

파워로직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테마에 편입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2차전지 보호회로,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드는 전자부품 기업입니다. 초전도체와 직접적인 기술 개발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지분 관계를 통해 LK-99 연구진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주목받았습니다. 이처럼 실제 사업 내용과 테마 사이의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결고리가 있다”는 인식만으로 주가가 크게 요동쳤습니다.

서남은 다른 예입니다. 이 회사는 이미 2세대 고온 초전도 선재를 다루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전력 관련 기관과 초전도 케이블 개발 사업을 진행한 이력이 있습니다. 즉, 초전도체와 직접적인 기술적 연관성이 있는 기업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고온 초전도는 극저온 장비를 사용하는 기존 초전도 기술에 해당하고, LK-99처럼 상온·상압에서 작동한다는 주장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초전도체라는 공통 키워드 때문에 시장에서는 하나의 테마로 묶였습니다.

소재·부품·에너지 분야에서 간접적으로 엮인 기업들

덕성은 합성피혁, 특수 필름 등 기능성 소재를 다루는 회사입니다. 과거 초전도 자석 관련 연구에 재료를 제공하거나, 향후 관련 소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가 흘러나오면서 테마에 포함되었습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초전도체 사업이 회사의 핵심 성장 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비스는 핵융합 장치 제어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차세대 에너지 기술과 연관된 기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핵융합 발전 분야에서는 강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 초전도 자석이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때문에 모비스는 핵융합과 초전도체 두 가지 테마에 동시에 엮이곤 했습니다.

원익피앤이도 핵융합 발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초전도 자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사례입니다. 다만 이 역시 “초전도 자석이 필요한 핵융합 설비와 관계가 있다”는 수준에서의 간접적 연관성이지, 상온 초전도체 연구를 주도하는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처럼 초전도체 관련주로 알려진 기업들 가운데는 실제로 초전도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도 있지만, 단지 투자 관계나 잠재적 공급 가능성 정도로만 연결된 곳도 많습니다. 따라서 같은 테마로 묶여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수준의 기술력이나 수혜 가능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현재 과학적 평가와 시장 전망의 방향

지금까지 공개된 다수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뚜렷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연구진이 실험을 반복했지만, 논문에서 주장한 초전도 특성을 재현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흐름만 본다면, LK-99가 당장 상용화 가능한 혁신 물질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테마의 열기가 식고, 관련주들의 주가가 다시 본업의 가치로 돌아가는 일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만약 처음부터 기업의 실제 사업과 재무 상태를 보고 판단했다면 감당할 수 있는 변동이었겠지만, “상온 초전도 시대가 오면 대박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들어간 경우라면 상당한 손실을 겪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과학 연구 자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LK-99를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초전도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나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는 연구가 활발해진 면도 있습니다. 아주 먼 미래에는 정말로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성공할지, 그리고 그때 지금 언급되는 기업들이 실제 수혜를 볼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과학의 발전 속도와 주가의 움직이는 속도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은 실패와 수정, 추가 실험을 거치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고, 시장은 그 과정 전체를 기다리지 못하고 앞서가거나 앞서간 만큼 되돌아오는 일을 반복합니다.

초전도체 테마를 바라볼 때 꼭 짚어볼 점들

초전도체와 같은 신기술 테마가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미래의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지금 당장 수익을 내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상상력과 기대감이 채우게 되고, 이 기대가 너무 앞서 나가면 거품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종목을 바라볼 때에는 몇 가지를 항상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정보의 출처와 내용을 가능한 한 차분하게 검토하는 일입니다. “어디 연구소에서 성공했다더라”라는 말만 듣고 움직이기보다, 실제로 어떤 방식의 실험이었는지, 다른 연구진이 따라 해봤는지, 공식 학술지에 어떤 비판이 제기되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내용을 직접 이해하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한두 줄짜리 요약만 믿고 결정을 내리는 일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테마와 상관없이 각 기업의 본업이 무엇인지, 그 사업이 스스로 수익을 잘 내고 있는지를 살피는 태도입니다. 초전도체 테마가 사라져도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와, 테마가 없으면 주목받기 어려운 회사는 긴 시간에 걸쳐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입니다.

셋째,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초전도체 관련주처럼 하루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종목은, 작은 금액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빌린 돈이나 꼭 필요한 자금을 이런 종목에 넣는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왔다는 점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수소차, 자율주행, 양자컴퓨터 등 수많은 유망 기술들이 등장했지만, 실제로 장기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회사가 초기에 화려하게 조명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히 사라지거나 다른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초전도체 역시 그 자체로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 주제지만, “테마에 묶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가치가 높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기술과 시장이 만나는 지점은 언제나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큽니다. 초전도체 관련주가 보여준 급등과 급락의 흐름은, 새로운 가능성을 좇는 일과 현재의 현실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