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교과서 귀퉁이나 모눈종이에 짝과 함께 몰래 오목을 두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가며 돌 하나하나에 집중하던 그 시간이 벌써 20년도 더 훌쩍 지났습니다. 얼마 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중학생이 된 큰딸에게 “아빠랑 오목 한 판 둘까?” 하고 물었더니, 오목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세대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딸아이의 세상은 온통 스마트폰 속의 화려한 게임들로 가득 차 있으니, 흑과 백의 단순한 돌이 만들어내는 치열한 수 싸움의 매력을 알 리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이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컴퓨터로 함께 즐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컴퓨터와 오목을 두려고 하니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공지능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 제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며 복잡한 문제 해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컴퓨터의 냉정한 계산 앞에서는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연달아 패배하니 즐거워야 할 게임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가르쳐주기는커녕 아빠의 실력만 탄로 날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편하게 둘 수 있는 제대로 된 무료 오목 게임을 찾아 나섰습니다.
사람 대 사람, 온라인으로 즐기는 실시간 오목 대결
역시 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두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설치나 회원가입 절차 없이 바로 다른 사람과 대결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보석 같은 웹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오목을 둘 수 있는 PlayOK라는 웹사이트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게스트’로 접속하여 별도의 아이디 생성 없이 즉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현재 접속자 수가 표시되는데, 제가 접속했을 때는 무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국 상대를 찾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오목판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다른 사람들의 대국을 관전하는 기능도 있어 고수들의 수를 배우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물론 실수했을 때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 한 수를 물릴 수 있는 ‘무르기’ 기능도 갖추고 있어 초보자들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딸아이에게는 이 기능을 통해 수의 의미를 하나씩 설명해주며 가르칠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훌륭했습니다.
강력한 인공지능(AI)과 펼치는 두뇌 싸움
때로는 혼자 조용히 집중하며 실력을 갈고닦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AI) 상대가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줍니다. 여러 프로그램을 찾아본 끝에, 강력한 기력을 자랑하면서도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Yixin이라는 무료 오목 게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사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이세돌 9단과 대결했던 ‘알파고’에 빗대어 ‘알파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만큼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졌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아래로 조금만 스크롤하면 여러 버전의 다운로드 링크가 나타납니다. 그중 가장 상단에 있는 2017년 버전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면 됩니다. 모든 메뉴가 영어로 되어 있지만, ‘Undo(무르기)’, ‘Redo(무르기 취소)’ 등 간단한 단어로 구성되어 있어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한 오목 규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단순한 오목(Gomoku) 룰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인된 ‘렌주(Renju)’ 룰을 포함한 7가지 규칙을 지원합니다. 렌주 룰은 먼저 두는 흑돌에게 주어지는 유리함을 줄이기 위해 흑에게는 ‘쌍삼(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3을 만드는 수)’, ‘쌍사(4를 동시에 두 군데 이상 만드는 수)’, ‘장목(여섯 알 이상을 일렬로 놓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입니다. 이러한 규칙을 적용하며 게임을 하니, 단순히 돌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훨씬 더 깊이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Players’ 메뉴에서는 흑돌과 백돌을 각각 사람(Human)이 둘지 컴퓨터(Computer)가 둘지 설정할 수 있어, AI와 대결하거나 AI의 도움을 받아 수를 연구하는 등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