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큰애 학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전날 야근에 잠도 부족했는데, 운전대만 잡으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머리 뻐근함과 어깨 욱신거림이 또 시작되더군요. 차에 늘 비치해둔 약 봉투를 꺼내다 보니 ‘타이레놀’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어떤 날은 타이레놀로 잘 가라앉고, 어떤 날은 이게 약한 느낌이지?” 집에 돌아와 보건 쪽 자료를 뒤적이고, 의사 친구에게도 물어가며 정리를 해 보니, 아예 ‘타이레놀 vs 다른 진통소염제’ 비교표를 만들어두는 게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같은 ‘진통제’라도 쓰임새와 주의점이 꽤 달랐습니다.
타이레놀은 무엇이고, 다른 진통소염제와 뭐가 다를까
–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Paracetamol): 열 내리고 통증 줄이는 데 특화.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는 거의 없음.
– 진통소염제(NSAIDs):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디클로페낙, 아세클로페낙, 셀레콕시브(선택적 COX-2) 등. 통증과 열은 물론 염증(붓고 뜨거운 느낌, 욱신거림)을 감소.
핵심 차이는 ‘염증 억제 여부’입니다. 염증성 통증(발치 후 통증, 삐끗한 발목의 붓고 뜨거움, 생리통의 자궁내 염증성 통증)은 보통 NSAID가 더 유리하고, 위장 자극을 피해야 하거나 신장 기능이 걱정될 때는 타이레놀이 기본 선택지입니다.
작용기전 한 줄 요약
– 아세트아미노펜: 중추신경계에서 통증·발열 신호를 낮춤. 말초 염증 억제는 미미.
– NSAIDs: COX 효소를 억제해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줄여 염증·통증·발열을 함께 낮춤. COX-1까지 억제되면 위점막 보호 저하로 위장 부작용 가능. COX-2 선택적 약(예: 셀레콕시브)은 위장 부작용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대신, 환자에 따라 심혈관계 위험 고려 필요.
효과 비교: 어떤 통증에 더 잘 듣나
- 두통·감기 몸살 열: 타이레놀과 NSAID 모두 효과적. 위장 예민하거나 신장질환 있으면 타이레놀 우선.
- 치통·발치 후 통증: 대체로 NSAID가 우수. 치과에선 이부프로펜 단독 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부프로펜 병용을 자주 권장.
- 근육통·염좌·관절염 통증: 염증이 동반되므로 NSAID 선호.
- 생리통: 프로스타글란딘 억제 효과로 NSAID가 더 일관된 효과.
- 위장 질환 동반 통증: 위염·궤양 병력, 고령, 스테로이드 복용 등 위험 인자 있으면 타이레놀 쪽이 안전.
- 신장 기능 저하: 아세트아미노펜이 상대적으로 안전. NSAID는 신혈류 감소로 악화 위험.
안전성 비교: 위장, 간, 신장, 심혈관
- 위장: NSAID는 속쓰림, 위염/궤양, 위장관 출혈 위험 증가. 공복 복용은 피하고, 필요 시 의사가 위산분비억제제(PPI) 병용을 고려. 타이레놀은 보통 위장 자극이 적음.
- 간: 타이레놀은 용량·음주와 연관된 간독성이 가장 큰 이슈. 정해진 최대 용량을 넘지 않기가 생명. 음주가 잦거나 간질환 있으면 더 보수적으로 복용.
- 신장: NSAID는 신혈류를 줄여 급·만성 신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 탈수, 이뇨제·ACEi/ARB와 병용 시 주의. 타이레놀은 상대적으로 안전.
- 심혈관: 일부 NSAID(특히 고용량·장기복용)는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심혈관질환 환자는 의료진과 약 선택을 상의. 나프록센이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라는 보고가 많지만 개인차가 큼. COX-2 선택약은 위장에는 낫지만 심혈관 평가는 꼭 필요.
임신·소아·천식에서의 차이
- 임신: 후기(특히 임신 20주 이후, 3분기)에는 NSAID 회피가 원칙. 타이레놀이 1차 선택으로 널리 권고됩니다. 임신 중 약 복용은 반드시 산부인과 상담.
- 소아: 타이레놀(체중당 용량)과 이부프로펜은 소아 해열·진통에 흔히 사용. 아스피린은 소아·청소년 해열에 금기(레이 증후군 위험).
- 아스피린/NSAID 과민성 천식: 비특이적 COX 억제제 복용 시 천식 악화 가능. 이런 병력이 있으면 타이레놀을 고려.
복용법과 최대 용량(성인, 일반적 기준)
제품별 권장 용량을 반드시 확인하고, 의사의 지시가 있으면 그에 따르세요.
- 아세트아미노펜: 650~1,000 mg씩 4~6시간 간격 복용. 일일 최대 3,000 mg(일반 권고). 간이 건강하고 의사 판단 하에서는 최대 4,000 mg을 넘지 않도록 관리. 알코올 섭취 시 더 낮게.
- 이부프로펜: 200~400 mg씩 6~8시간 간격. 일반의약품 기준 일일 최대 1,200 mg.
- 나프록센(OTC): 220 mg씩 8~12시간 간격, 일일 최대 660 mg.
- 덱시부프로펜: 제품 표기 용량에 따름(이부프로펜의 활성 이성질체로 용량이 더 작게 표기됨).
병용은 어떻게? 아세트아미노펜 + NSAID
의료진이 자주 쓰는 요령 중 하나가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의 교대 또는 병용입니다. 서로 작용기전이 달라 진통 상승효과가 있고, 각 약의 최대일일용량만 지키면 안전성도 비교적 좋습니다.
- 예시: 낮 12시 아세트아미노펜 1회, 오후 4시 이부프로펜 1회처럼 교대 복용.
- 또는 고정 복합제(의사가 처방) 사용.
- 항응고제 복용, 위장 질환, 신장 문제, 임신부 등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
상황별 ‘현실 가이드’
- 회사에서 갑자기 올라온 긴장성 두통: 위장 예민하고 공복이면 타이레놀 먼저.
- 운동 후 삐끗해서 붓고 뜨거운 발목: NSAID가 유리. 얼음찜질·압박·거상(RICE) 병행.
- 치통·발치 후 통증: NSAID 우선, 필요 시 타이레놀 병용. 출혈 위험 있거나 위장 질환 있으면 치과와 상의.
- 생리통: NSAID 1차. 위장 불편하면 음식과 함께 또는 타이레놀로 전환 고려.
- 감기 열·몸살: 둘 다 가능하나, 신장·위장 문제 있으면 타이레놀 쪽으로. 탈수 피하고 수분 충분히.
상호작용과 복용 주의
- 아세트아미노펜: 과량·음주 동반 시 간손상 위험 급상승. 감기약·복합감기약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는지 반드시 확인(성분 중복 주의). 고용량 복용은 와파린 INR 상승 위험.
- NSAID: 항응고제, 항혈소판제(아스피린), 일부 고혈압약(이뇨제·ACEi/ARB)과 상호작용. 위장출혈 위험 증가, 신기능 악화 가능. 천식·폴립·비염 동반한 NSAID 과민 환자는 피하기.
자주 묻는 질문
Q. 타이레놀로 염증도 잡을 수 있나요?
통증·열은 잘 낮추지만 염증 억제 효과는 미약합니다. 붓고 뜨거우며 욱신거리는 전형적 염증 통증에는 NSAID가 보통 더 낫습니다.
Q. 공복에 먹어도 되나요?
타이레놀은 비교적 괜찮지만, NSAID는 위장 자극을 줄이기 위해 식후나 우유/간단한 간식과 함께 복용하세요.
Q. 어느 정도 먹다가 병원에 가야 하나요?
고열이 3일 이상 지속, 점점 심해지는 국소 통증(치통·관절), 흑변·혈변·토혈, 흉통·호흡곤란, 발진·얼굴부종 같은 알레르기 증상은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약 성분·허가사항 확인하는 법
복용 전 제품 성분과 함량, 최대 용량을 확인하세요. 아래 공식 홈페이지에서 성분별 제품과 허가사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쓰는 ‘우리 집 진통제 원칙’ 예시
- 가벼운 두통·미열: 타이레놀 먼저. 감기약과 성분 중복 체크.
- 염증 동반 통증(삐끗, 치통, 생리통): NSAID를 기본, 위장 불편하면 식후·최소 용량부터. 필요 시 타이레놀과 교대 복용.
- 간질환·음주 잦음: 타이레놀 용량 보수적으로, 연속 복용 기간 단축.
- 신장질환·탈수: NSAID 피하고, 수분 보충·진료 상담 우선.
- 임신 가능성·임신 중: 의사 상담 후 타이레놀 중심으로.
- 소아: 체중 기반 용량 계산, 아스피린 금지.
한눈에 보는 비교 요약
- 타이레놀: 통증·해열 강점, 위장 자극 적음, 간독성 주의, 염증엔 약함.
- NSAID: 통증·해열+염증 억제, 위장/신장/심혈관 주의, 공복 금지.
- 병용: 최대용량 준수·기저질환 고려 시 상승효과 기대.
결국 약 선택의 핵심은 ‘통증의 성격(염증 동반 여부)’과 ‘내 몸의 위험 인자(위장·간·신장·심혈관·임신)’입니다. 저도 이제는 어깨가 묵직하고 뜨거운 느낌이 돌면 이부프로펜을 식후에, 단순 긴장성 두통이면 타이레놀을 먼저 집습니다. 가족들은 각자 특성에 맞는 약을 약통에 따로 라벨링해 두었고요. 작은 차이 같지만, 몸은 그 차이를 꽤 분명하게 느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