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던 날, 작업실 모니터에 ‘Rendering… 3시간 남음’이라는 글자가 떴을 때의 막막함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애프터이펙트를 처음 사용할 때는, 똑같이 렌더를 눌렀는데 어떤 날은 금방 끝나고, 어떤 날은 새벽까지 컴퓨터를 잡고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차이는 대부분 렌더링 설정에서 갈립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작업에서 자주 쓰는 설정과, 처음 접하더라도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방식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애프터이펙트에서 렌더링하는 두 가지 흐름

애프터이펙트 렌더링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뉩니다.

  • 애프터이펙트 내부 Render Queue에서 바로 렌더링
  • Adobe Media Encoder(이하 AME)로 보내서 렌더링

두 방식 모두 결과물은 비디오나 이미지 파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선택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Render Queue에서 직접 렌더링하는 방법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단일 버전의 고품질 마스터 파일을 뽑을 때 자주 사용합니다. 특히 ProRes 같은 고품질 코덱, 이미지 시퀀스, 알파 채널 포함 렌더링 등에 유리합니다.

1-1. 렌더 큐에 컴포지션 추가하기

렌더링할 컴포지션을 먼저 활성화한 뒤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 상단 메뉴에서 Composition > Add to Render Queue 선택
  • 또는 단축키 Ctrl + M (Windows) / Cmd + M (macOS)

이렇게 하면 작업 화면 아래쪽에 Render Queue 패널이 열리고, 선택한 컴포지션이 리스트에 추가됩니다.

1-2. Render Settings(렌더 설정) 이해하기

Render Queue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Render Settings입니다. 여기서 품질과 해상도, 모션 블러 등의 기본적인 렌더 품질을 조절합니다.

  • Quality(품질)
    • Best: 최상 품질로 렌더링합니다. 대부분 최종 출력 시 이 옵션을 사용합니다.
    • Draft: 품질을 낮추는 대신 속도가 빨라집니다. 클라이언트 확인용 초안 등에 적합합니다.
    • Custom: 특정 옵션만 조절하고 싶을 때 세부 설정을 직접 변경합니다.
  • Resolution(해상도)
    • Full: 컴포지션과 동일한 해상도(예: 1920×1080)로 렌더링합니다.
    • Half / Third / Quarter: 해상도를 줄이는 대신 렌더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용으로 유용합니다.
  • Field Render(필드 렌더링)
    • 요즘 대부분의 작업은 프로그레시브 방식이라 일반적으로 Off로 둡니다.
    • 방송용 인터레이스 포맷이 필요한 경우에만 필드 옵션을 사용합니다.
  • Motion Blur(모션 블러)
    • 컴포지션에서 모션 블러를 켜두었다면, 여기서도 On으로 설정해야 실제 렌더에 반영됩니다.
    • 렌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테스트 단계에서는 끄고, 최종 렌더에서만 켜는 방식으로 관리하면 편합니다.
  • Time Sampling
    • 주로 필드 렌더링과 관련된 옵션으로, 일반적인 온라인 영상 작업에서는 기본값 그대로 두어도 문제 없습니다.

1-3. Output Module(출력 모듈) 설정하기

출력 형식, 코덱, 알파 채널 포함 여부 등 최종 파일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입니다.

출력 위치와 파일 이름

Render Queue 항목의 Output To 오른쪽 파일명을 클릭하면 저장 경로와 파일 이름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렌더링 도중 경로를 바꾸기보다는, 시작 전에 폴더 구조를 미리 정리해 두면 나중에 파일을 찾기 훨씬 수월합니다.

Format(포맷)과 코덱 선택

버전마다 제공되는 포맷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무에서 자주 쓰는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 QuickTime(MOV)
    • 고품질 마스터용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 ProRes 422 / 422 HQ: 편집용 마스터로 많이 사용되는 코덱입니다.
    • ProRes 4444: 알파 채널이 필요한 경우 적합합니다.
  • Image Sequence(이미지 시퀀스)
    • PNG, TIFF, EXR 등 프레임별 이미지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 중간에 렌더가 끊겨도 이어서 작업하기 쉽고, 3D 파이프라인이나 합성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예전 버전에서는 Render Queue에서 H.264 등의 인코딩을 직접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신 워크플로우에서는 고품질 마스터를 먼저 뽑고, 웹용 압축은 주로 AME에서 진행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Channels(채널)과 알파 채널

  • RGB: 색상 정보만 포함합니다. 일반 영상 출력은 이 옵션을 사용합니다.
  • RGB + Alpha: 색상과 투명도(알파)를 함께 출력합니다. 다른 배경과 합성하거나, 모션 그래픽 요소를 따로 제공할 때 필수입니다.
  • Alpha: 투명도 정보만 별도로 뽑을 때 사용합니다.

알파 채널이 필요하다면, 포맷과 코덱이 알파를 지원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ProRes 4444, PNG 시퀀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Color Depth(색상 비트 깊이)

  • 8 bpc: 일반적인 영상 용도에 충분하며, 파일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 16 bpc: 색 번짐이나 그라데이션 밴딩을 줄이고 싶을 때 유리합니다.
  • 32 bpc: HDR, 고급 합성 작업, EXR 파이프라인 등 특수한 경우에 사용합니다.

Alpha 처리 방식(프리멀티/스트레이트)

  • Straight (Unmatted): 알파를 따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합성 툴에서 가장 깔끔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 Premultiplied: 검정 또는 흰색 배경과 미리 곱해진 상태입니다. 외곽에 테두리가 생길 수 있어, 합성이 많은 작업에서는 Straight를 선호합니다.

오디오 설정

컴포지션에 오디오가 포함되어 있다면 Audio Output을 On으로 설정합니다. 샘플 속도(보통 48kHz)와 채널(스테레오)을 확인한 뒤, 편집 환경과 맞춰 두면 후반 작업이 수월해집니다.

1-4. 렌더 시작과 진행 상태 확인

모든 설정이 끝났다면 Render Queue 패널의 Render 버튼을 클릭해 렌더링을 시작합니다. 진행 바 옆에는 남은 시간과 예상 완료 시간이 표시되는데, 이 값은 컴퓨터 상태와 장면 복잡도에 따라 계속 변동될 수 있으니 참고용으로만 보시면 됩니다.

렌더 중에는 무거운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 3D 소프트웨어나 브라우저 탭을 과도하게 띄워 두면, 메모리 부족으로 렌더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Adobe Media Encoder로 렌더링하기

여러 버전의 파일을 동시에 뽑거나, H.264·HEVC 같은 웹용 인코딩이 필요할 때, 또는 렌더링을 돌려놓은 상태에서 애프터이펙트로 계속 작업하고 싶을 때 AME가 큰 도움이 됩니다.

2-1. 컴포지션을 AME 큐로 보내기

먼저 렌더링할 컴포지션을 활성화한 뒤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 상단 메뉴에서 Composition > Add to Adobe Media Encoder Queue 선택
  • 또는 단축키 Ctrl + Alt + M (Windows) / Cmd + Option + M (macOS)

잠시 후 AME가 실행되면서 Queue 패널에 해당 컴포지션이 추가됩니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릴 경우, 애프터이펙트와 AME 버전이 서로 맞는지, 그리고 Dynamic Link 관련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2-2. Preset과 Format 선택하기

AME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프리셋입니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목적만 명확하면 선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 Preset(사전 설정)
    • YouTube 1080p, Vimeo 1080p 등 플랫폼별 프리셋을 제공하여, 처음부터 세부 설정을 모두 만질 필요가 없습니다.
    • 한 번 세팅해 둔 자신만의 프리셋을 저장해두고 반복 사용하면 작업 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 Format(포맷)
    • H.264: 온라인 업로드, 일반 재생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 HEVC(H.265): 더 높은 압축 효율을 제공하지만, 기기 호환성과 인코딩 시간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 QuickTime: 필요하다면 여기서도 ProRes 계열 코덱으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 애니메이션 GIF: 짧은 루프 영상을 GIF로 뽑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2-3. Video 설정에서 꼭 챙겨야 할 부분

프리셋을 선택하더라도, 해상도와 비트레이트 정도는 목적에 맞게 조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해상도
    • 보통 컴포지션 해상도와 동일하게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 저사양 기기나 용량 제한이 있을 경우 4K → 1080p, 1080p → 720p로 낮춰서 인코딩하기도 합니다.
  • Frame Rate(프레임 속도)
    • 애프터이펙트 컴포지션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 임의로 프레임 속도를 변경하면 재생이 어색해지거나, 오디오 싱크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 Bitrate(비트 전송률)
    • VBR, 1 Pass: 빠르게 인코딩하면서도 적당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 시안 공유용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 VBR, 2 Pass: 시간이 더 걸리지만, 같은 용량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화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종 제출본에 적합합니다.
    • CBR: 일정한 비트레이트를 유지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VBR을 사용합니다.

2-4. Audio와 Output File 설정

영상에 소리가 필요 없다면 Export Audio 체크를 꺼두어 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음악이나 나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다면 오디오 코덱, 샘플 속도(보통 48kHz), 비트레이트(예: 320kbps)를 확인해 줍니다.

출력 경로는 파일 이름을 클릭해서 지정합니다. 여러 버전의 파일을 동시에 출력할 때는, 폴더와 파일명을 규칙적으로 정해 두면 이후 관리가 훨씬 편해집니다. 예를 들어, ProjectName_v01_Master, ProjectName_v01_YT처럼 버전과 용도를 이름에 명시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2-5. 큐 시작과 병렬 작업

설정이 끝났다면 AME 우측 상단의 초록색 재생 버튼(Start Queue)을 눌러 렌더링을 시작합니다. AME의 장점은, 렌더가 돌아가는 동안에도 애프터이펙트에서 다른 컴포지션을 계속 수정하거나, 추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시스템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무거운 작업을 동시에 실행하면 전체 속도가 느려지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업량이 많을수록, 렌더링 전후에 한 번씩 저장을 자주 해두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3. 상황별 추천 렌더링 전략

실제 작업에서는 모든 옵션을 매번 바꾸기보다는, 작업 목적에 따라 몇 가지 패턴을 만들어 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 편집용 마스터를 뽑을 때
    • Render Queue에서 QuickTime + ProRes 422 또는 422 HQ 사용
    • 해상도와 프레임 속도는 컴포지션과 동일하게 유지
  • 투명 배경의 모션 그래픽 요소가 필요할 때
    • Render Queue에서 QuickTime ProRes 4444 또는 PNG 시퀀스
    • Channels를 RGB + Alpha로 설정
  • 클라이언트 확인용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이 필요할 때
    • AME에서 H.264, VBR 1Pass, 중간 정도 비트레이트
    • 필요하면 해상도를 1080p 또는 720p로 조정

4. 렌더링 중 자주 겪는 문제와 점검 포인트

렌더가 90%까지 잘 가다가 갑자기 멈추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확인해볼 만한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디스크 용량
    • 특히 ProRes나 이미지 시퀀스는 예상보다 용량이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 렌더 대상 드라이브뿐 아니라 캐시가 저장되는 드라이브 용량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문제 있는 푸티지
    • 특정 구간에서만 계속 에러가 난다면, 그 타임라인에 있는 소스 파일이나 효과를 먼저 의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해당 레이어를 잠시 숨겨 렌더를 테스트해 보면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과도한 이펙트와 메모리 부족
    • 입자가 많이 깔린 장면, 3D 레이어가 많은 장면, 고해상도 푸티지가 겹쳐 있는 장면은 렌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 필요 없는 레이어는 프리렌더하거나, 임시로 해상도와 샘플 수를 줄여서 작업·검수 후 최종만 풀옵션으로 렌더하는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 에러 메시지 확인
    • 에러 창을 그냥 닫지 말고, 대략적인 오류 내용(메모리, 파일 경로, 권한 문제 등)을 확인해 두면 다음 대처가 훨씬 수월합니다.

5. 미리보기와 최종 렌더를 구분해서 생각하기

처음에는 항상 최고 품질로 렌더하고 싶지만, 실제 작업량이 많아질수록 “어디까지 미리보고, 어디부터 최종으로 뽑을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예를 들어, 콘티 수준에서는 해상도 Half, Draft 품질, 모션 블러 Off로 빠르게 돌려 클라이언트 확인을 받고, 모든 수정이 끝난 뒤에만 Best 품질로 최종 렌더를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단계를 나눠두면, 야근하면서 ‘3시간 렌더 후에 수정 요청 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도 조금은 덜 수 있습니다. 렌더링은 결국 프로젝트의 마지막 문을 여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패턴을 한두 개 만들어 두면 이후 작업이 훨씬 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