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식 공부를 시작했을 때, 숫자와 영어 약자가 너무 많아서 화면만 켜도 머리가 아픈 느낌이 들었습니다. PER, EPS, PBR 같은 말이 쏟아지는데, 주변에서는 “PER 마이너스는 조심해야 한다”고만 말해주고, 왜 조심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막연히 “안 좋다”는 말만 듣고 피하다가, 나중에야 하나씩 공식을 확인하고 실제 기업 재무제표를 보면서 뜻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때 “아, 최소한 이 정도 개념은 알고 투자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PER가 무엇인지, 왜 마이너스가 되는지, 그런 기업에 투자할 때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숫자 자체를 암기하기보다는 “이 숫자가 어떤 상황을 말해주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드리겠습니다.
PER란 무엇인가
PER(Price-to-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은 말 그대로 주가가 회사의 이익에 비해 비싼지, 싼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PER = 주가 ÷ 주당순이익(EPS)
여기서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도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EPS = (당기순이익 − 우선주 배당금) ÷ 발행주식총수
정리하면, 회사가 1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당기순이익)에서 우선주에 먼저 나눠줘야 할 돈을 빼고, 남은 이익을 일반 주식 개수만큼 나누어 “주식 1주당 얼마를 벌었는가”를 계산한 값이 EPS입니다. 그리고 그 EPS와 현재 주가를 비교해서 “지금 주가는 이익의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숫자가 PER입니다.
PER가 말해주는 직관적인 의미
PER를 이해하는 한 가지 쉬운 방식은 “투자 회수 기간”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ER가 10이라면, 지금 수준의 이익이 계속 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론상 10년 정도면 내가 투자한 돈을 회사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주가와 이익은 매년 변하기 때문에 정확한 기간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감을 잡는 데 도움을 줍니다.
PER가 너무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과하게 비싼 것 아닐까?”를, 너무 낮으면 “혹시 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된 건 아닐까, 아니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싸게 거래되는 걸까?”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PER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PER가 마이너스(-)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는 진짜 끝난 건가?”부터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먼저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ER 공식은 “주가 ÷ EPS”입니다. 주가는 0원 이하가 될 수 없으니 항상 양수입니다. 그런데 PER가 음수가 되었다는 것은, 분모인 EPS가 음수라는 뜻입니다. 즉,
PER 마이너스 = EPS 마이너스 = 회사가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냈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해당 기간(보통 1년 또는 최근 4분기 합계)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여서, 주식 1주당 “벌었다”가 아니라 “잃었다”는 숫자가 찍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회사가 장사를 해서 돈을 벌지 못하고 오히려 까먹고 있다는 강한 신호입니다.
PER 마이너스가 되면 왜 비교가 어려운가
PER가 5인 회사와 10인 회사를 비교하면, 보통 “같은 수준의 이익이라면 5인 회사가 상대적으로 싸다”라고 해석합니다. 그런데 PER가 -5인 회사와 -10인 회사를 비교할 때는 이런 해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5가 -10보다 수학적으로는 크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둘 다 손실 중”이기 때문에 PER의 원래 의미인 ‘몇 년 만에 회수’라는 개념이 무너집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어야 “몇 배”라는 말이 의미가 있는데, 아예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 기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PER가 마이너스인 기업끼리는 “-5가 낫냐, -10이 낫냐”로 비교하는 대신, 아예 다른 기준과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PER 마이너스 기업을 볼 때 꼭 확인해야 할 것들
1. 손실이 왜 났는지부터 따져보기
회사에 손실이 났다고 해서 모두 같은 위험 수준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일시적인 손실인지, 구조적인 손실인지입니다.
일시적 손실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새로운 공장, 연구개발, 설비 투자 등으로 한꺼번에 큰돈을 쓴 경우
- 사용하던 자산을 한 번에 평가 절하(손상차손)해서 회계상 손실이 크게 잡힌 경우
- 일회성 비용(대규모 구조조정 비용, 소송 관련 비용 등)이 발생한 경우
- 특정 분기나 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경기·계절 요인
이런 경우라면, 앞으로 투자가 결실을 맺어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이 현실이 될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구조적 손실은 더 위험합니다.
- 주력 제품이 경쟁사에 밀려서 판매량이 계속 줄어드는 경우
- 산업 전체가 쇠퇴기에 들어가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
- 경영진이 오랜 기간 잘못된 의사결정을 반복해 체력이 바닥난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단순히 “언젠가 좋아지겠지”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정말로 회복 가능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자료가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재무제표(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재무상태표)와 주석입니다. 이런 자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현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기
회계상의 이익과 실제 현금의 움직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실 기업일수록 현금흐름표를 꼼꼼히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경우
회계상으로는 손실이지만, 실제로는 본업에서 현금이 들어오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은 당장 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회계 처리 방식 때문에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깎여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 영업활동 현금흐름까지 마이너스인 경우
본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라, 이 상태가 오래가면 위험합니다. 결국 은행 대출, 회사채, 유상증자 등 외부 자금을 계속 끌어와야 버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부채 수준입니다. 손실이 나면 회사 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를 메우기 위해 빚을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자본잠식과 상장폐지 위험
손실이 몇 년씩 누적되면, 회사가 그동안 쌓아 두었던 자본까지 깎여 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본잠식이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본잠식은 쉽게 말해 “내 돈(자기자본)이 거의 또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상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잠식이나 연속된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관리종목 지정, 나아가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가 되면 주식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없게 되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큰 리스크입니다.
4. 성장성·턴어라운드 가능성도 함께 보기
손실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할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일부 성장 산업에서는, 초기에는 손실이 나더라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신사업·신기술에 대한 투자
바이오,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기업 등은 초기에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몇 년간 적자를 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이때도 “그 기술·서비스가 정말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 경영진의 실력과 태도
위기 상황에서 경영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주주와의 소통은 성실한지, 과거에 위기를 잘 극복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산업 전체의 방향
회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산업 자체가 줄어드는 방향이라면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산업 전체가 성장 중이라면, 지금의 손실이 미래의 이익을 위한 “투자 단계”일 수도 있습니다.
PER 외에 참고할 수 있는 다른 지표들
PER가 마이너스일 때는 그 숫자만으로는 거의 아무 판단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지표와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 PBR(주가순자산비율)
회사 순자산(자산 − 부채)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만약 회사가 보유한 현금, 부동산, 투자자산 등이 탄탄한데 주가는 그에 비해 너무 낮다면, 자산 관점에서 저평가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PSR(주가매출액비율)
매출은 잘 나오지만 아직 이익을 못 내는 회사에 유용합니다. “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매출에 비해 주가가 비싼가, 싼가”를 볼 수 있습니다. - EV/EBITDA
기업가치(EV)를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입니다. 회계상의 여러 요소를 어느 정도 걷어낸 상태에서, 사업 자체가 어느 정도 현금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 DCF(할인현금흐름)
앞으로 회사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계산 과정이 복잡하고 가정이 많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를 벌 수 있을까?”를 따져보는 데 사용됩니다.
정보의 한계와 루머에 휘둘리지 않기
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크기 때문에, 작은 뉴스나 루머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기 쉽습니다. 인터넷 게시글, 커뮤니티 글, 익명 글 등에는 과장된 정보나 사실이 아닌 내용도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곧 대형 호재 나온다”, “상장폐지 절대 안 된다”, “인수합병 확정이다”와 같이 근거가 불분명한 말에만 의존해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능하면 공식 공시, 회사가 직접 발표한 자료,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를 우선 확인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PER 마이너스라는 숫자는 “지금 이 회사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이후에 왜 그런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 과정에서 투자자로서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살펴보는 것이, 숫자 하나를 진짜로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