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처음 퇴직연금 계좌를 열었을 때, 가장 헷갈렸던 것이 바로 수수료였습니다. 금액이 눈에 보이게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고, 약관에는 어려운 말만 잔뜩 적혀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상품인데도 어떤 계좌는 수수료를 거의 안 내고, 어떤 계좌는 꽤 많이 내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고, 괜히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정리해 두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NH투자증권의 나무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IRP 수수료 구조를 한 번 차분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흔히 “나무증권”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회사 이름은 NH투자증권입니다. 나무(NAMUH)는 NH투자증권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이름일 뿐이며, 별도의 증권회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나무 앱이나 웹을 통해서 IRP를 개설해도, 결국 NH투자증권의 IRP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NH투자증권 IRP의 큰 구조 이해하기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한 번 만들면 오랫동안 가져가는 계좌입니다. NH투자증권의 IRP는 가입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나무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접 비대면으로 개설하는 다이렉트 IRP가 있습니다. 둘째, 지점 방문이나 직원 상담을 통해 만드는 일반 IRP가 있습니다. 이름은 증권사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핵심은 “온라인으로 스스로 가입하느냐, 아니면 상담을 통해 가입하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NH투자증권을 포함한 많은 증권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수수료 혜택을 크게 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IRP 계좌 자체에 붙는 기본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거나, 아예 면제하는 상품이 많아졌습니다.
IRP에서 발생하는 두 종류의 수수료
IRP 수수료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수수료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NH투자증권 IRP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계좌 자체에 붙는 수수료입니다.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서 “IRP 통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입니다. 둘째는 계좌 안에서 어떤 상품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별 수수료입니다. 펀드, ETF, 예금 등 각 상품마다 구조가 다릅니다.
1.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 (계좌 자체 수수료)
IRP 계좌를 열어두면, 증권사가 계좌를 관리하고 자산을 보관해 줍니다. 이때 계좌 잔액에 따라 매년 일정 비율로 부과되는 수수료가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입니다. 두 수수료를 합쳐 “계좌 운영 수수료” 정도로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최근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온라인 전용 IRP는 이 부분이 매우 낮거나, 특정 조건에서는 면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수료율은 금융사 정책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가입 전에는 NH투자증권 공식 앱이나 안내문에서 현재 적용 중인 수수료율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보통 구조는 다음과 비슷한 형태를 가집니다.
- 다이렉트 IRP(나무 앱 등 온라인 비대면 중심):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매우 낮게 받거나, 일정 금액 이상 적립 시 면제하는 식의 혜택 제공
- 일반 IRP(지점 상담, 전화 가입 중심): 연 0.몇 퍼센트 단위의 수수료 부과, 잔고가 늘어날수록 수수료율이 조금씩 낮아지는 구조
중요한 점은, 예전에 대면으로 IRP를 개설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계좌가 있다면, 현재 본인이 이용 중인 IRP가 온라인 우대형(다이렉트)인지, 아니면 일반형인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증권사에 따라서는 계좌 형태를 변경하거나, 온라인 전용으로 새로 계좌를 만들어 이전하는 방식을 안내해 주기도 합니다.
2. 상품별 수수료 (계좌 안에서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짐)
IRP 계좌를 하나 만들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계좌 안에서 펀드, ETF, 예금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또 다른 종류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2-1. 펀드
펀드는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서 전문가가 대신 굴려 주는 상품입니다. 이때 들어가는 수수료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 판매수수료: 펀드를 처음 살 때(선취) 또는 나중에 환매할 때(후취) 한 번 부과되는 수수료입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전용 클래스를 선택하면 이 부분을 거의 받지 않거나, 아예 없는 상품도 많습니다.
- 연간 총 보수: 펀드를 운용·판매·보관·관리하는 과정에서 매일 펀드 자산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는 비용입니다.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탁보수, 사무관리보수 등을 합친 금액으로, 펀드 설명서에 연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는 이 총 보수가 높은 편이고,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는 낮은 편입니다.
2-2. ETF·ETN·리츠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리츠(부동산투자회사)는 모두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입니다.
- 거래 수수료: 주식 매매와 마찬가지로, 매수·매도할 때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입니다. 온라인 거래 기준으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 연간 총 보수: ETF도 결국 펀드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설정된 운용보수가 있습니다. 특히 시장 전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는 이 보수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 장기 적립식 투자에 자주 활용됩니다.
2-3. 예금·정기예금
IRP 안에서도 은행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금형 상품은 보통 별도의 판매수수료나 운용보수를 떼지 않고, 단순히 정해진 이자를 지급합니다. 다만 그만큼 수익률은 낮을 수 있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2-4. 환매조건부채권(RP)
RP는 일정 기간 후에 다시 되사 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입니다. 안전성이 비교적 높은 단기 운용 상품으로 활용되며, 따로 눈에 보이는 수수료를 떼기보다는 제시된 수익률대로 이자가 붙는 구조입니다. 예금과 비슷하게 생각해 두면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IRP에서 수수료를 아끼는 실질적인 방법
IRP는 길게는 수십 년 이상 유지되는 계좌이기 때문에, 0.1% 차이도 시간이 지나면 꽤 큰 금액으로 불어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 넘기기보다는, 처음부터 구조를 알고 선택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1. 온라인 전용 IRP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가능하다면 나무 앱이나 NH투자증권 온라인 채널을 통해 IRP를 개설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 전용 IRP는 계좌 유지 수수료가 낮거나 면제되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지점을 통해 만든 IRP가 있다면, 현재 어떤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 온라인 전용 계좌와 비교해 보고, 필요하다면 계좌 이전이나 전환을 상담해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2. 저비용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IRP 안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장기 수익률이 크게 갈리게 됩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도 총 보수가 낮은 상품을 고르면, 장기간에는 그 차이가 꽤 커질 수 있습니다.
- 인덱스 ETF 활용: 예를 들어 코스피200, 미국 S&P500, 나스닥100 등 대표 지수를 따라가는 ETF는 연간 보수가 낮은 편이라, 오랜 기간 묵혀 두는 용도로 자주 활용됩니다.
- 저보수 인덱스 펀드 활용: ETF 대신 펀드를 쓰고 싶다면, 온라인 전용 인덱스 펀드 중에서 총 보수가 낮은 상품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펀드를 고를 때는 최근 수익률만 보지 말고, 상품설명서나 안내 화면에서 총 보수(Total Expense Ratio)가 어느 정도인지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3. 펀드 클래스 구조 이해하고 선택하기
같은 펀드 이름인데 뒤에 붙는 알파벳 때문에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 알파벳을 클래스라고 부르는데, 수수료 구조에 차이가 있습니다.
- A클래스: 초기(선취) 판매수수료를 비교적 많이 받는 대신, 매년 빠져나가는 총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 C클래스: 선취수수료는 적거나 없지만, 매년 부과되는 총 보수가 더 높게 설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 온라인 전용 클래스(Ce, C-e, C-P 등): 인터넷·모바일 전용으로 판매되는 클래스는 판매보수가 낮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총 보수가 더 저렴한 편입니다.
IRP처럼 오래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 계좌에서는, 온라인 전용 클래스 중에서 총 보수가 낮은 것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실제 수수료율과 구조는 상품마다 다를 수 있으니, 항상 상품 설명 자료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 매매를 너무 자주 하지 않기
ETF나 주식형 상품의 거래 수수료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지만, 사고파는 횟수가 많아지면 작은 수수료도 계속 쌓이게 됩니다. IRP는 단기 매매를 반복하는 계좌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목표로 하는 계좌이기 때문에, 너무 잦은 매매는 지양하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에 자산 배분 비율을 어느 정도 정해 두고, 큰 시장 변화나 본인의 상황 변화가 있을 때에만 천천히 조정하는 방식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정기적으로 수수료와 상품 점검하기
금융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저렴한 상품이 새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가입했던 펀드는 총 보수가 높은데, 지금은 같은 지수를 훨씬 저렴하게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 펀드가 나와 있을 수도 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현재 보유 중인 펀드나 ETF의 총 보수가 어느 정도인지
- 비슷한 투자 대상(예: 같은 지수, 같은 자산군)을 따라가는 더 저렴한 상품이 새로 나온 것은 아닌지
- 계좌 자체의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가 변경되지는 않았는지
만약 불필요하게 비싼 상품을 가지고 있다면, 세제 혜택이나 투자 기간 등을 함께 고려해 보면서 차근차근 더 효율적인 상품으로 옮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6. 예금·RP 등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는 상품도 활용하기
모든 돈을 위험 자산에 넣고 싶지 않을 때는, IRP 안에서도 예금·RP처럼 비교적 안전하고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는 상품을 섞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면 장기적인 자산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본인의 나이, 목표 시점, 위험 감수 수준을 생각해 가면서 비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총 보수가 장기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의식하기
펀드나 ETF를 고를 때, 눈에 잘 보이는 것은 선취 판매수수료지만, 실제로는 매년 조금씩 빠져나가는 총 보수가 장기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간 총 보수가 1.0%인 상품과 0.3%인 상품이 있을 때, 1년만 보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그 차이가 복리로 쌓이면서 생각보다 큰 격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품을 선택할 때는 “판매수수료가 있느냐 없느냐”에만 집중하지 말고, “연간 총 보수가 얼마인지, 비슷한 상품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IRP는 결국 노후 자금을 위한 긴 여정에 가까운 계좌입니다. 처음에 구조만 제대로 이해해 두면, 매번 전문가에게 묻지 않더라도 스스로 수수료를 비교하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NH투자증권의 나무 브랜드를 통해 IRP를 이용하더라도, 기본 원리는 다른 금융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한 번 개념을 정리해 두면 이후에도 계속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