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야근이 이어지던 어느 주말 오후,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픈 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피곤함이라고 넘기기엔 통증이 너무 심해 ‘이대로 병원에 가야 하나, 간다면 어느 과를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내과를 가야 할지, 신경과를 가야 할지 헷갈리다 보니 괜히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그 사이 불안함은 더 커졌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 나서, 두통이 있을 때 어떤 경우에 내과로 가야 하고, 언제 신경과로 가야 하는지 기준을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과가 더 적합한 두통 상황

내과는 몸 전체의 전반적인 건강 문제를 다루는 곳이라, 비교적 흔하고 전신 상태와 관련된 두통일 때 먼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생긴 두통이면서, 다른 심각한 신경학적 이상이 없고, 일상적인 컨디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내과 방문이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내과에서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감기·독감 등 감염과 함께 오는 두통
    열, 콧물, 기침, 몸살과 함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경우에는 대개 바이러스성 감염이나 염증에 의한 두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는 내과에서 전반적인 몸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해열제·소염제·항바이러스제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과로·스트레스·수면 부족으로 인한 긴장성 두통
    머리를 띠 두르듯 조이는 느낌, 무겁고 뻐근한 느낌으로 서서히 시작되는 두통은 자주 보는 유형입니다. 업무 과중, 스트레스, 오랜 시간 컴퓨터 작업, 자세 불량, 수면 부족 등이 흔한 원인이며, 내과에서 생활 습관, 수면 상태, 스트레스 정도를 함께 살펴보며 약물치료와 관리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탈수, 숙취와 관련된 두통
    물을 거의 마시지 못하고 지낸 날, 혹은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찾아오는 두통은 체내 수분 부족, 혈관 변화, 알코올 대사 과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내과에서 수액 치료, 약물 처방, 생활 조언 등을 통해 증상 완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 혈압과 연관된 두통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혈압이 높아졌을 때 뒤통수 쪽이 무겁거나 뻐근하게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즉각적인 응급상황(의식 저하, 마비,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등)이 아니라면 내과에서 혈압 측정, 약 조절, 생활 습관 교정 등을 진행하게 됩니다.

  •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는 두통
    새로 시작한 약 이후에 두통이 생겼다면 복용 중인 약 리스트를 가지고 내과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이 두통을 유발하는지, 조정이 필요한지 내과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빈혈, 갑상선질환 등 전신 질환과 관련된 두통
    쉽게 피곤하고 어지럽고, 머리까지 계속 아픈데 얼굴은 창백하거나 손발이 차가운 경우, 혹은 체중 변화, 심한 피로, 추위를 많이 타는 증상과 함께 두통이 있을 때는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같은 전신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내과에서 혈액검사, 호르몬 검사 등을 시행해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 특별한 신경학적 이상이 없는, 가끔 생기는 가벼운 두통
    일상 중에 가끔 나타나는 가벼운 두통으로, 시야 이상·마비·말이 어눌해지는 증상·경련 등은 전혀 없을 때는 내과에서 기본적인 평가와 치료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과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진료를 진행합니다.

  • 병력과 생활 습관, 가족력 등 전반적인 상태 문진

  • 혈압 측정, 맥박 확인, 기본 신체검사

  • 혈액·소변 검사 등으로 전신 질환 여부 확인

  • 진통제, 소염제, 근이완제, 수면·스트레스 조절 약물 등 적절한 처방

  • 원인으로 의심되는 질환(빈혈, 갑상선, 감염, 고혈압 등)에 대한 치료 및 추적 관찰

  • 필요 시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른 전문과로 의뢰

신경과를 바로 고려해야 하는 두통 상황

신경과는 뇌, 척수, 말초신경 등 신경계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진료과입니다. 두통의 원인이 뇌나 신경계의 이상일 가능성이 있거나, 두통 자체가 만성적인 신경학적 질환의 형태를 띠는 경우에는 신경과 진료가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을 때에는 신경과 방문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두통
    몇 달, 몇 년에 걸쳐 비슷한 양상의 두통이 반복되거나, 한 달에 여러 번 두통이 찾아오는 경우에는 편두통, 만성 긴장성 두통, 군발두통 등 만성 두통 질환일 수 있습니다. 단순 진통제로만 버티기보다는 신경과에서 두통 유형을 정확히 진단받고, 예방약·고유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 갑자기 시작된, 평소와 전혀 다른 극심한 두통
    “살면서 경험한 것 중 가장 심한 통증”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갑자기 머리가 번개 치듯 심하게 아픈 경우(소위 벼락두통)는 뇌출혈, 뇌혈관 질환 등 중증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양상이라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 또는 신경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 시야 이상이 동반되는 두통
    눈앞에 번쩍이는 빛이 보이거나, 지그재그 선이 나타나거나, 한쪽 시야가 가려지는 등의 증상과 함께 두통이 오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은 편두통 전조증상일 수 있지만, 드물게는 시신경이나 뇌혈관 이상과도 관련될 수 있어 신경과에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 팔다리 마비·저림, 감각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내려가는 증상과 두통이 같이 있을 때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응급실과 신경과로 즉시 가야 합니다.

  • 심한 어지럼과 균형 장애를 동반한 두통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 걷다가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균형을 잡기 힘든 증상과 함께 머리가 아프다면 뇌간이나 소뇌 쪽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 귀 질환인지, 뇌 문제인지 신경과에서 감별이 필요합니다.

  • 말이 어눌해지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 장애
    갑자기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발음이 꼬이고, 남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이 두통과 함께 있을 때 역시 뇌졸중 등 심각한 신경학적 질환의 전형적인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 경련, 의식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몸이 갑자기 떨리거나, 눈이 뒤집히고, 기억이 끊기는 발작 증상, 멍해 보이거나 반응이 느려지는 의식 변화와 두통이 같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 및 신경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 고열과 함께 목이 뻣뻣해지는 두통
    고열, 심한 두통, 목이 잘 안 굽혀지는 증상이 함께 있으면 뇌수막염 같은 중증 감염 가능성이 있어 서둘러 평가해야 합니다. 이 역시 신경과와의 협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빛·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편두통 증상
    머리가 깨질 듯 아프면서 빛이나 소리가 너무 밝고 시끄럽게 느껴져 조용한 어두운 곳에 누워 있고만 싶은 두통은 전형적인 편두통 소견일 수 있습니다. 자주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신경과에서 편두통 전용 치료, 예방요법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구역·구토가 심하게 동반되는 두통
    속이 너무 메스껍고 토를 반복하면서 두통이 지속된다면 편두통일 수도 있지만, 뇌압 상승을 동반한 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새로 시작된 두통이라면 신경과 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 머리를 다친 이후에 생긴 두통
    넘어지거나 부딪혀 머리를 크게 다친 후부터 두통이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뇌출혈이나 뇌진탕 후 증후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신경과에서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기침·재채기·힘줄 때 심해지는 두통
    배에 힘을 줄 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마다 머리가 유독 심하게 아프다면 뇌압 상승 또는 구조적인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어 신경과 진료가 권장됩니다.

  • 50세 이후 새롭게 시작된 두통
    나이가 들어 처음 두통이 생기거나, 기존 두통 양상이 최근 뚜렷이 달라졌다면 뇌혈관 질환, 염증성 질환 등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신경과 평가가 필요합니다.

  • 암 환자, 면역 저하 환자에게 생긴 새로운 두통
    기저에 암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에는 뇌 전이, 중추신경계 감염 등 일반적인 상황과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신경과에서 보다 면밀한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신경과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진료 과정을 거칩니다.

  • 두통의 양상, 시작 시점, 빈도, 유발 요인 등을 자세히 묻는 문진

  • 반사, 근력, 감각, 눈 운동, 균형감각 등을 보는 신경학적 진찰

  • 필요 시 두통 일기 작성을 권유해 패턴 분석

  • 뇌 MRI, CT, 혈관조영, 뇌파 검사, 뇌혈류 검사 등의 정밀 검사

  • 편두통, 군발두통, 삼차신경통 등 각 두통 유형에 맞춘 전문적인 약물 치료

  • 신경 차단술, 보톡스 주사 등 시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시행

  • 뇌졸중, 뇌종양, 뇌수막염 등 심각한 질환이 의심되면 입원 치료 또는 관련 과와의 협진 진행

애매할 때 선택하는 기준과 실제 경험에서 느낀 점

실제로 두통이 생기면 증상만 보고 “이건 분명 편두통이다”, “지금은 내과 갈 수준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증 자체의 강도만으로 판단하면 놓치기 쉬운 경우도 있고, 반대로 불안감 때문에 매번 큰 병원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듯, 평소와 비슷한 양상의 가벼운 두통, 감기 몸살과 같이 온 두통, 수면 부족 후 찾아온 둔한 통증이라면 가까운 내과에서 먼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부담이 적습니다. 내과에서 기초 검사와 진찰을 통해 “전신 상태는 대체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많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 때는 내과보다 신경과(또는 응급실)를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 “이 정도 통증은 처음이다”라고 느낄 만큼 갑자기 심해진 두통

  • 두통과 함께 시야 이상, 말이 잘 나오지 않음, 팔다리 힘 빠짐, 어지럼, 의식 변화 등이 동반될 때

  • 머리를 다친 직후 또는 며칠 이내에 새로 시작된 두통

  • 나이가 들었는데 최근 처음으로 지속적인 두통이 나타난 경우

두통은 대다수가 양성이고 일시적인 경우이지만, 드물게는 한 번의 두통이 인생을 바꾸는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본인의 평소 두통 패턴을 대략 알고 있다가, 그 패턴에서 벗어나는 “이상한 두통”이 느껴지면 그때는 과감하게 신경과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도 도움이 됩니다.

의료기관을 찾는 시점을 놓치지 않으려면, 일상에서 느꼈던 작은 경험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단순히 진통제를 복용해 잠시 버티는 것보다, 한 번쯤은 내과나 신경과에서 자신의 두통에 대해 설명을 듣고, 어떤 경우에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미리 짚어두면 이후 비슷한 상황에서 훨씬 덜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