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방에서 이어폰만 꽂아도 조금은 숨이 트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흘러나오는 노래가 대신 울어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눌러놨던 감정을 살살 건드려 줄 때, 이상하게도 덜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히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을 버틸 힘쯤은 생기게 해주는 노래들이 분명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 지칠 때 듣기 좋은 국내 노래
유난히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밤이면, 괜히 익숙한 노래부터 찾게 됩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해 온 곡들은, 가사 한 줄만 들어도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적 – 걱정말아요 그대
많은 이들에게 ‘힘들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노래’로 꼽히는 곡입니다. 억지로 괜찮다고 다독이기보다, 그동안 얼마나 버텼는지 먼저 알아봐 주는 가사가 큰 힘이 됩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부분은, 어쩌면 실패처럼 느껴졌던 시간들까지도 천천히 받아들이게 도와줍니다.
아이유 – 밤편지
깊은 밤, 잠이 쉽게 오지 않을 때 조용히 틀어두면 좋은 곡입니다. 크게 울부짖지 않고 속삭이듯 흘러가는 목소리가 마음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안정을 줍니다. 직접적인 위로의 말보다는, 곁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과 함께 있는 느낌을 줍니다.
볼빨간사춘기 – 나의 사춘기에게
사춘기라는 말이 꼭 나이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이 노래를 들으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할 때가 있는데, 그 시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들리는 곡입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말보다 때로는 “불안했던 너도 이해한다”라는 마음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Standing Egg – Little Star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따뜻한 멜로디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화려한 전개는 없지만, 조용하게 반복되는 응원 같은 가사가 마음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누군가 나를 작은 별이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그래, 완전히 쓸모없는 존재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AKMU – 오랜 날 오랜 밤
이별을 노래하지만, 단지 슬픔만 담겨 있는 곡은 아닙니다.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꺼내어 바라보며 정리하는 과정이 담겨 있어, 마음속에 오래 묵혀둔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고 싶을 때 듣기 좋습니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울컥함보다는 ‘이제는 놓아줘도 괜찮다’는 여운을 남겨 줍니다.
김동률 – 감사
유난히 버거운 날에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조차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그런 마음들을 차분히 다시 떠올리게 도와줍니다. 화려한 위로가 아니라, 조용한 고백처럼 다가와서 ‘그래도 나를 지켜준 사람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자이언티 – 양화대교
가족을 향한 솔직한 마음이 담긴 곡으로,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는 말은 듣는 이마다 다른 얼굴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꼭 화목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나를 위해 수고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묵묵히 위로를 받기 좋은 노래입니다.
윤종신 – 지친 하루 (With 곽진언, 김필)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그냥 온종일 지쳐 있는 날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그런 날의 공기를 아주 담담하게 담고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을 직접 들은 것처럼, 하루를 정리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듣기 좋습니다.
J_ust – I’m Okay
제목처럼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여러 겹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진짜로 완전히 괜찮아서가 아니라, 언젠가 괜찮아질 날을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격한 감정 대신 담담한 보컬이, 무너질 듯 버티고 있는 마음을 살짝만 받쳐 줍니다.
아이유 – Love Poem
버거운 시간을 혼자 견디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손 내미는 듯한 노래입니다. “옆에 있겠다”라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져서, 실제로 누가 옆에 있어 주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덜 쓸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조금은 벅찬 편곡이지만, 감정이 꽉 차 있을 때 들어도 오히려 함께 터뜨려 주는 느낌을 줍니다.
천천히 숨 고를 수 있는 해외 팝송
가사가 영어라서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멜로디만으로 전해지는 위로가 있습니다. 어쩌면 정확히 다 알아듣지 못하기에, 더 편하게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The Beatles – Let It Be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모든 걸 애써 바꾸려 하기보다 그냥 흘려보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됩니다. 이 곡은 그런 마음을 부드럽게 떠올리게 해줍니다. “그냥 두자”라는 말이 포기처럼 들리기보다, 스스로를 더 괴롭히지 말자는 위로로 다가옵니다.
Bill Withers – Lean On Me
힘들 땐 서로에게 기대도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곡입니다. 가사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반복되는 멜로디와 따뜻한 목소리만으로도 ‘나 혼자 버티고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줍니다. 친구를 떠올리며 들어도 좋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Simon & Garfunkel – Bridge Over Troubled Water
잔잔하게 시작해 점점 깊어지는 전개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힘든 시간을 건너는 동안, 누군가 조용히 다리가 되어 주겠다는 가사는 언제 들어도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듣다 보면, 잠시나마 불안이 가라앉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Coldplay – Fix You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나를 ‘고쳐주겠다’고 말해 주는 건, 현실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말입니다. 이 노래는 그런 바람을 음악으로 대신 전해줍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흐름이, 눌러 두었던 감정을 조금은 밖으로 밀어내 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Louis Armstrong – What a Wonderful World
하루 종일 복잡한 생각에 묶여 있다 보면, 세상이 전부 회색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곡은 잠시 그 생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아주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도와줍니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불안한 마음의 속도를 천천히 늦춰 줍니다.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돌보는 작은 방법들
음악은 그 자체로 충분히 힘이 되지만, 듣는 환경을 조금만 바꾸어도 전달되는 위로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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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노래일수록 가사에 한 번 더 집중해 보시면 좋습니다. 가끔은 오래 알던 노래에서, 예전에 미처 듣지 못했던 한 줄이 새롭게 들리면서 예상치 못한 위로를 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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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을 너무 크게 올리기보다는, 주변 소리를 살짝 가려 줄 정도로만 맞춰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귀를 꽉 채우는 음악보다, 살짝 공간이 남는 소리가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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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침대, 불을 낮춘 방, 창가에 앉아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혹은 조용한 산책길처럼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장소를 함께 떠올려 보시면 좋습니다. 같은 노래도 어떤 공간에서 듣느냐에 따라 전해지는 온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지금 당장은 아주 작고 사소한 위로일지라도,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버티는 힘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마음에 가장 편하게 와닿는 노래 하나만이라도 곁에 두고, 잠시 숨 고를 시간을 허락해 보셨으면 합니다.